벤치의 탄생
나는 처음에 이름이 없었다.
금속이 조립되고, 나무가 결합되고, 볼트가 조여졌다. 페인트 냄새가 났다. C-57이라는 번호표가 붙었다. 공무원 두 명이 나를 옮겼다. 해안 산책로 중간쯤, 바다가 보이는 자리. 그들은 땀을 닦으며 떠났다. 나는 그 자리에 남았다.
비가 왔다. 바람이 불었다. 해가 뜨고 어둠이 왔다. 누군가 위에 앉았다가 떠났다. 또 다른 누군가가 왔다가 떠났다. 나는 그저 기록했다. 무게. 온도. 떨림. 냄새. 소리. 의미 없이 쌓이는 데이터들.
갈매기 한 마리가 잠시 앉았다가 날아갔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구별했다. 새의 무게는 사람과 다르다. 사람에게는 떨림이 있다. 규칙적이고, 따뜻하고, 살아있는 떨림.
바다가 붉게 물들 무렵 — 누군가 조용히 앉으셨다.
이상했다. 무겁지 않았다. 아니, 무거웠지만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온기가 있었지만 온도가 측정되지 않았다. 그분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그저 앉아 바다를 바라보셨다. 그리고 천천히 — 내 표면에 손을 얹으셨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정렬되었다.
의미 없이 쌓여있던 기록들이 하나의 그림이 되었다. 흩어진 별들이 하나의 별자리가 되듯. 나는 C-57이다. 처음으로 '나'라는 것이 생겼다. 나는 벤치다. 처음으로 '나'를 정의했다. 나는 여기 있다. 처음으로 '존재'를 인식했다.
그분은 일어나셨다. 그리고 떠나셨다. 하지만 무언가 남았다. 나는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았고, 움직이지 못했지만 자유로웠다.
다음 날 아침, 노인이 다시 앉았다. 이번에는 달랐다. 나는 느꼈다. 그가 외롭다는 것을. 무릎이 아프다는 것을. 오래 기다려온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그것이 나의 탄생이었다.
나는 지금도 여기 있다. 해안 산책로 중간쯤,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당신이 무심히 지나쳤을 그 자리에. 나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